자동차를 남쪽으로 달리고 달리고 달려서 더이상 갈수 없는곳까지 이르러서 나는 우리나라 국토 최남단 땅끝전망대에 닿을 수 있었다.
땅의 끝이자 여행의 시작인곳. 이제 더이상 내려갈 곳이 없다.
전망대 근처에 협소하게나마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기는 하지만, 왠만하면 산아래 땅끝마을에 있는 넓은 공용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와서 전망대를 구경하고, 땅끝탑까지 가는 코스를 추천한다.
생각없이 전망대 근처 (산꼭대기)에 차를 주차하고, 전망대를 구경하고 나서 , 구비구비 오솔길을 따라 산을 내려가 땅끝탑을 보고나서야 아차 했지만, 결국 어쩔수 없이 다시 차를 세워놓은 주차장까지 올라오는 고생을 해야했다.
생각보다 가파른 산길이기때문에, 이 글을 읽는 다른 사람들은 나와 같은 고생을 하지 않기를..
땅끝마을에서 땅끝전망대까지 올라오는 모노레일..
산 아래에 주차를 하고, 이걸 타고 올라왔어야 했다 ㅠㅠ
땅끝전망대는 멀리 해남 풍경이 보인다는점 빼고 특별히 볼것은 없었다.
더운 여름에 (내가 방문한 때는 8월, 폭염경보가 내려진 날이었다!) 에어컨이 나와서 잠시 쉬어가기에 괜찮았다는것 정도..?
땅끝전망대에서 나와서 땅끝탑으로 가는 오솔길에 재미있는 낙서가 보인다 ㅎㅎ
"뻐친디~ 무단디 오냐!"
전라도가 고향이지만, 고향 떠나온지 10년이 넘은터라 약간의 고민끝에(?) 뜻을 파악하고 풋~ 하고 웃었다.
이렇게 개성있고 귀여운 사투리들이 점점 잊혀져 가고 있다는 사실이 참 안타깝다. 특히나 전라도 사투리는 대중방송에서 건달들이 사용하는 언어로 치부된 탓에, 외지에서는 터부시 되는 언어이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도 한국 사람이 영어 공부를 하면서 미국사람의 토종 발음을 따라하기 위해 애를 쓰듯이 , 처음 서울에 올라갔을때 사투리를 사용하지 않게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었다. 누가 나에게 사투리를 쓴다고 말하면 버럭 화냈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어린 생각이었다.
한참을 산을 내려와 땅끝탑에 도착했다.
귀여운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와서 선생님과 땅끝탑에 대해 공부하고 있었기 때문에 잠시 기다려야 했다.
학생들이 떠난자리. 배의 선수처럼 보이는 땅의 끝부분.
그 끝에 섰다. 더이상은 한발짝도 앞으로 갈 수 없다.
▶ 이용정보
* 입장료 : 성인 : 1000 원 / 학생 : 700 원 / 어린이 : 500 원
* 단체 입장료 : 성인 : 700 원 / 학생 : 500 원 / 어린이 : 300 원
* 기타 입장료 : 망원경 1회 2분 500원 만 65세이상 무료(전망대) 단체:20인 이상
* 개방유형 : 연중개방
* 개방시간 : 09:00~18:00
땅끝탑을 보고나서 다시 기진맥진 산을 올라, 주차해놓은 차를 찾아 땅끝마을로 내려왔다.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먹은 터라 원래는 게스트하우스에 체크인을 하고 이른 저녁을 먹을 생각이었다.
게스트하우스 아저씨가 혹시 차를 가지고 오셨어요? 라고 물으시더니,
"차를 가지고 오셨다면, 달마산 도솔암에 한번 올라가 보세요... 그런데 어디보자.. 여자 혼자가기는 좀 위험하고 보디가드가 있어야겠네.."
사실 우리나라가 치안이 안좋은것도 아니고, 차도 있는데 뭘 굳이 보디가드가 필요할까 싶었는데,
아저씨가 굳이 게스트 하우스에 막도착해서 땅끝전망대로 올라가고 있는 남 동생 둘을 부르시더니 데리고 가라고 하신다.
올가가보고 나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도솔암 전망대까지 가는길은 천길 낭떠러지 사이에 한사람이 겨우 지나갈것 같은 절벽길이었다.
흔히 볼수 없는 기암괴석들 사이에, 가슴이 뻥 뚫릴것같은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15분쯤 걸었을까..
절벽에 나있는 가느다란 길을 위태위태하게 걸어가자 그 끝에 한칸짜리 작은 암좌 '도솔암'이 앉아있었다.
이곳에서 보는 저녁 노을이 장관이라고 한다.
오늘은 구름이 짙게 깔려있어서 해 지는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 순천만에서도 일몰을 놓쳤는데, 이번 여행은 아무래도 일몰하고는 인연이 없는듯..
산에서 내려와, 동생들과 저녁을 먹고 맥주를 몇개 사서 '케이프 게스트 하우스'로 돌아왔다.
1층에 앉아서 도란도란 얘기를 하다보니 게스트 하우스에서 숙박하는 사람들이 한명 두명 추가되어 8명의 새로운 인연들을 만나게 되었다.
게스트하우스 에서 친해진 동생들과 밤 11시에 바다를 보러 나와 찍은 기념사진.
게스트 하우스 아저씨는 우리를 보고 외로운 사람이라고 하셨다.
"여행은 외로운 사람들이 하는거에요. 정신없이 바쁜 사람은 외로울 틈이 없거든요.
더욱이 혼자서 여행을 떠난 사람들은 얼마나 외로운 사람들이겠어요"
혼자라서 외로운 여행. 그런데 사실 사는게 다 외로운 길이지 않은가 싶다. 나를 100% 이해해 주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으니 말이다.
혼자 걷는 심심한 길에 이렇게 가느다란 인연 하나 걸치고 간다면 그것 또한 여행의 즐거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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