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순천] 승보종찰 송광사 :: 순천사람의 순천 여행기

Trable (여행 기록장)/국내여행

by 바람국화 2015. 9. 6. 12:08

본문


나는 스무살이 될때까지 순천에서 살았다. 고등학교 불교학생회 생활을 하며 지도 스님을 만나기 위해 수없이 드나들었던 송광사는 나에게는 마음의 고향같은 곳이다. 철없었던 10대 시절, 그나이 또래들이 그러하듯이 나역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만심에 가득차 있었고 , 남들과 같은것은 거부했다. 여행중에 만난 씨애틀 출신 미국인 교사가 있었는데, 그친구에게 "십대 애들은 전부 미친거 같아" 라고 말했더니 열렬하게 내 말에 동의했던것을 보면, 비단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모든 십대들은 모두 똑같은 열병을 앓고 지나가는것 같다. (웃음)

말그대로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独尊)" 이었던 그 시절, 깨달음을 얻으면 누구나 신(부처)이 될 수 있다는 불교의 사상은 건방진 나에게 꽤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불교학생회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오랜만에 송광사를 찾은 이유는 단순했다. 내가 여행한 날은 8월초 찌는듯한 더위로 폭염 경보가 내린 날이었다. 순천에서 유명한 관광지는 '순천만정원' '갈대숲' '낙안읍성민속마을' '드라마세트장' 등등이지만, 이 날씨에 그곳을 갔다가는 타죽을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했다. 산! 산이라면 계곡도 있으니 조금 시원하겠지 생각이 되어 여행 목적지를 송광사로 변경했다. 결론은 산이라고 해도 타는듯한 더위는 피해갈 수 없었다. 그나마 햇볕이 덜해서 조금 나았던 정도.. 


순천역에서 송광사까지는 꽤 먼거리로 시외버스를 타고 40분정도 걸려 도착할 수 있다. 

아침겸 점심으로 일단 밥 부터 먹고 시작하기로 하였다. 사찰들 앞에 고만고만한 산채백반 집들이 즐비하다. 음식으로 유명한 전라도인 만큼 어느집을 들어가도 비슷한 가격에 적당한 음식이라 고민하지 않고 주차한곳에서 가장 가까운 식당으로 들어갔다. 관광지 앞의 식당이라서 가격은 조금 비싼 편이다.



** 송광사 관광식당 **

산채정식(2인이상) : 1인분 12,000원

※ 2015.8월 기준









사찰 매표소 입구에서부터 사찰까지 계곡을 따라있는 산책로로 10분을 올라가야 한다. 길은 완만한 오름길로 가파르지 않은 편이다. 주변으로 시원한 계곡주변에 발을 담그고 더위를 식히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송광사까지 들어가는 길은 수목이 우거지고 계곡이 어울어져 사찰 길중에서도 아름다운 길중에 하나로 손꼽힌다. 



** 송광사 입장료 **

- 일반 : 3,00원

- 주차료 : 무료


※2015.8월 기준










10여분 남짓 걸어올라가면 일주문 앞에 '하마비(下馬碑)' 가 있다. 하마비는 '여기서부터 말에서 내리세요' 라고 씌여있는 표지석이다. 

신분이 높은사람도 여기서부터는 타고있던 말에서 내려서 걸어가야 한다. 지금은 자동차에서 내려서 걸어가야 한다고 표지판에 써있는 점이 재미있었다. 





※ 하마비 표지석








송광사의 일주문은 19세기 초에 지어진 것으로 사찰 일주문 중에서 꽤 오래된 편에 속한다. 송광사 일주문은 조계문(曹溪門) 이라고도 부르는데, 계단 좌우에 세운 돌짐승은 그 형태가 모호하여 사자같기도 하고 원숭이 같기도 하다. 

일주문의 형태를 보면 일반적인 비율보다 훨씬 큰 지붕을 기둥 두개가 위태롭게 지탱하고 있는데, 이것은 일주문이 1심(心) 으로 마음을 하나로 모은다는 상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주문을 들어서는것은 세속의 번뇌와 흐드러진 마음을 모아 진리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주문 에서부터 진짜 사찰이 시작되는 경계로 본다.





※ 삼청교와 임경당





천왕문 앞에 흐르는 계곡을 막아 작은 인공호수가 조성되어있다. 호수에 비치는 반영과 어우러진 삼청교와 임경당은 송광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으로 꼽힌다. 보통 불교에서 부처님의 나라와 세속을 경계짓기 위해서 인공 호수를 만들어 절을 하나의 섬처럼 보이게 하는 건축방법을 사용한다. 지금은 물이 말라서 보이지 않지만, 경주 불국사 역시 인공호수로 절이 둘러싸여 마치 섬처럼 보였다는 기록이 있다. 


다리를 건너 천황문을 지나면 부처님의 나라가 시작된다.





※ 천왕문



4대 천왕이 무섭게 눈을 부라리고 있는 천왕문은 잡귀를 쫓는 역할을 한다. 무서운 표정의 사대천왕은 잡귀를 쫓아내는 의미가 있고, 전체적인 색깔역시 귀신이 무서워한다는 붉은색으로 칠해져있는것도 이때문이다. 








특이하게도 송광사에는 이정도 규모의 절에는 있을법한 탑이 없다. 

송광사를 위에서 내려다 보면 연꽃이 피어있는 형상으로 그 연꽃 한가운데 명당자리에 송광사가 자리해 있다. 물위에 떠있는 연꽃위에 무거운 석탑을 세우게 되면 가라앉기 때문에 풍수지리학적인 이유로 일부러 탑을 세우지 않았다.








송광사는 우리나라 3대사찰중에 하나이다. 불교에는 3가지 보물이 있는데, 깨달음을 얻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첫번째 보물이고, 부처님 말씀을 기록한 경전이 두번째 보물이고, 마지막으로 부처님 말씀을 공부하고 수련하는 사람들이 세번째 보물이다. 세가지 보물을 합쳐서 '삼보(三寶)' 라고 부른다. 스님들 인사말중에 '삼보에 귀의합니다' 라는 뜻은 여기서 유래한다. 


우리나라의 삼보 사찰은 다음과 같다.

1. 불보사찰 : 석가모니 부처님의 진신사리(치아사리) 를 모시고 있는 '통도사

2. 법보사찰 : 부처님의 말씀인 경전 팔만대장경을 모시고 있는 '해인사'

3. 승보사찰 :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스님을 배출한 '송광사


일반적으로 부처님을 모시고있는 대웅전 법당 건물이 절에서 가장 높은곳에 지어져 다른 건물들을 내려다 보게 설계되어있다. 하지만 유독 송광사는 대웅전보다 높은 자리에 스님들의 수행공간이 있어 대웅전을 내려다 보게 꾸며져 있다. 

물론 부처님도 중요하지만, 사실 부처님은 단지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먼저 이룬 선배님으로 존경하고 모실뿐이다. 앞으로 부처님이 되실 분들인 스님들을 모시는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송광사의 스님들 거주 공간은 대웅전보다 높은곳에 위치해 있다. 

승보사찰 송광사만의 특징이라고 하겠다. 





※ 비사리 구시

국가 제사시에 대중을 위해 밥을 담아 두는 것으로 쉽게말해 밥통이라고 할 수 있다. 4천명분의 밥이 들어간다고 하니, 전성기때의 송광사의 규모를 짐작 해 볼 수 있다.




송광사 박물관 한쪽에 옛날에 사용했던 화재 진압 장비가 있다. 목조건물로 되어있는 사찰에 불이 붙었을경우를 대비해서 이동식 수동펌프가 구비되어있다. 스님들은 일년에 몇차례씩 불이 났을때를 대비하여 소방 훈련을 받는다.





스님들의 수행공간. 일반인의 출입은 금지되어있다. 






송광사를 둘러보고 내려오는길..

아침에 꽝꽝 얼려서 가지고 왔던 생수는 반나절도 채 되지 않아 흔적도 없이 모두 녹아버릴 정도로 지독한 폭염이었다.

정신을 반쯤 놓은 상태에서 산을 내려와, 입구에 있는 작은 찻집에서 산딸기 빙수를 주문했다. 땀이 좀 식고나니 정신이 좀 돌아왔다.


10년만에 다시 찾은 송광사는 그대로였지만 많은 변화도 있었다. 주요 건물들과 상징들, 벽화에 남은 흠집하나 모두 나의 기억속 그대로 시간이 멈추어 있었다. 하지만 그 옆에 새로 짓고 있는 현대식 건물들은 일반인들의 템플스테이와 강의 용도로 새로 만들어진 공간이다. 수백년전의 건물을 그대로 간직하고 현대의 변화에 살을 붙이듯 가지치기 하듯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돌이켜 보면 나역시 그러하다. 지금까지 삶이 나 다운 모습을 잃지 않고 반듯하게 살아왔다 생각한다. 나만 이렇게 나이를 먹고 달라져가는게 아니었구나. 한편으로 안심이 된다. 










# AUG.2015  Suncheon, Korea

# Panasonic DMC-GM1 + 20mm F1.7 + 35-100mm F2.8 + 7-14mm F4.0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