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강원도를 찾은 여행의 목적은 별사진을 찍기 위해서였다.
7월내내 가물었던 하늘은 하필 우리가 별사진을 찍겠다고 낙점했던 날에 태풍이 올라왔고, 에이 설마 하는 마음으로 반신반의 했던 마음은 저녁이 가까울수록 하나둘 씩 떨어지는 빗방울에 심난해졌다.
오랜 가뭄끝에 내리는 단비가 반가웠지만 사실 하필 오늘이야 하는 원망의 마음이 내 본심이었다.
그냥 가기엔 서운해서 태백에서 강릉으로 넘어가는 도중에 매봉산 풍력 발전소를 들르기로 했다.
※ 주) 사진입니다 ㅇㅅㅇ!
비가 한두방울씩 보슬보슬 내리는 밤이었다. 11시가 넘어서 12시가 가까워지는 한밤중에 매봉산 풍력 발전소에 도착 하였다.
칙흙같이 어두운 곳이었고 어렴풋한 하늘의 윤곽만 겨우 보였다. 카메라를 꺼내서 찍어보았으나 역시나 아무것도 찍히지 않았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흩날리는 빗방울에 카메라와 렌즈를 젖지 않게 하기위해 내 우산은 카메라에 양보한 상태였다.
나는 자연스럽게 비를 맞게 되었다. 슬슬 짜증이나서 삼각대를 접고 카메라를 다시 넣으려고 했다.
마지막으로 오기가 생겨 내가 줄수 있는 최대한의 장노출을 걸어 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곳에 빛이 있었다.
지루한 기다림이었다. 60초의 장노출을 찍고, 장노출로 인해 발생한 노이즈 제거시간이 60초가 또 걸렸다.
총 2분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 내 눈으로 볼수 없었던 빛을 얻을 수 있었다.
부끄럽지만 이번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나는 사실 왠만한 사진은 다 찍어봤다고 생각했다.
짧지 않은 사진생활동안 풍경부터 모델사진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더이상 찍지 못할 사진은 없다 생각했었다. 배울건 다 배웠노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한낱 미련한 아집 이었다. 빛이 없는곳에서 빛을 얻을 수 있을거라고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었다.
아직도 나는 한참 배울게 많다.
# JULY 2015 , Taebaek
# Panasonic DMC-G7 + 7-14mm F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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