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 구인사는 대한불교 천태종의 총본산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절인 구인사에 지난 8월여행을 다녀왔다.
천태종 하면 고려시대 대각국사 의천에 의해 정립된 유서깊은 역사를 떠올리겠지만, 사실 현재의 천태종은 1970년에 등록된 신흥종교이다. 상월스님이 당시 타락한 불교문화를 비판하며 고려시대 천태종의 정신을 계승하는 천태종을 창건한것이 시작으로 그 역사가 이제 50여년 밖에 되지 않는다. 참선과 명상 중심의 조계종과는 달리 천태종단은 생활속에서 자비를 실천하는 생활불교를 지향하며, 스님들 스스로 농사를 지어 자급자족을 하고 있다.
구인사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셔틀버스를 타고 구인사 시외버스 터미널까지 올라갔다. 셔틀버스안에서 예수를 부르짖으며 예수믿고 천당가세요! 라고 기어이 외치고 가는 사람들이 있어서 잠시 마음이 불편했다. 저렇게 강압적으로 종교를 강요할수록 반발심만 더 생긴다는 사실을 정말 모르는걸까..? 조용히 실천하는 종교생활을 하는사람들이 더 많을거라고 애써 위안을 삼아 본다.
셔틀버스는 올라가는 길에만 운영하고 내려오는 길에는 운영하지 않는다. 셔틀버스가 왕복으로 승객을 실어나르면, 지역주민들이 장사를 하기 힘들기 때문에 내려가는길에는 지역 농산물을 판매하는 가판대를 둘러보고 내려갈 수 있도록 배려를 했다고 한다.
가파른 산길을 한참 걸어올라가고나니 일주문이 나온다. 일주문 안쪽부터 절이 시작된다. 단층으로 된 목조건물로 이루어진 여느 사찰과는 달리 구인사는 콘크리트로 지어진 다층건물이다. 지은지 40여년밖에 되지 않아 세월의 흔적은 그다지 느낄 수 없지만, 계곡을 굽이굽이 올라가는동안 화려함과 높은 건물이 내뿜는 중압감에 압도되었다. 하늘에 걸려있는 수 많은 깃발들은 뜻은 알 수 없으나 신비롭고 이국적인 느낌이었다. 전체적으로 한국이라기 보다 중국의 어느 사찰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일반적으로 보통의 절들은 석가모니 부처님을 모시는 <대웅전>을 가장 높은 명당자리에 놓는데, 구인사는 특이하게도 <대웅전>이 계곡을 올라가는 길의 절반쯤에 세워져 있다. 가장 높은자리에서 모두를 굽어 내려보는 명당자리에는 구인사를 창건한 <상월스님> 불상이 모셔져 있다. 천태종에서는 상월스님을 미륵부처님으로 모시고 있다. 풍수지리학적으로는 상월스님을 석가모니 부처보다 더 높게 모시고 있는 셈이다. 사이비 신자이지만 나름 조계종 신자인 나로서는 사실 좀 이해하기 어려운 점 이긴 했다.
끝나지 않을것 같은 계곡을 열심히 올라가면 마지막에 광명전 건물이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으로 올라가면 상월스님을 모신 대조사전이 나온다. 화려한 금색 단청은 실제 금박을 입혔다고 한다. 겉보기에는 3층짜리 건물로 보이지만 실제 내부는 천장까지 뻥 뚫린 구조로 되어있다. 앞서 말했듯이 안쪽에는 석가모니 부처가 아닌 상월스님의 불상이 모셔져 있다.
웅장하고 화려한 절의 모습에 감탄하기도 했지만, 약간 으리으리한 대형 교회를 보는듯한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90년대까지 신도들의 기도 열기로 불야성이었던 천태종 의 기도열기도 요즘은 좀 시들하다고 한다. 크고 화려한 절을 짓는것에 집착하기 보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생활속의 실천종교로 조용히 교세를 확장하기를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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