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것과 빵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가 굳이 애프터눈 티 세트를 찾아가 사 먹는 일은 드문 일인데, 전날 숙박한 호텔 <허니문> 패키지에 애프터눈 티가 포함되어 있어서 드문 경험을 하게 되었다.
본래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 는 유럽 마나님들이 점심과 저녁 사이 출출할 시간에, 간식으로 차 한잔 마시면서 가볍게 빵이나 샌드위치를 함께 곁들이던 것에서 유래되었다. 홍차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영국 사람들은 다양한 홍차 문화와 함께, 홍차와 곁들여먹을 수 있는 가벼운 티푸드 문화를 발달시켰다. 영국 음식이 세상에서 가장 맛없기로 유명한 대신, 홍차에 곁들이는 디저트류는 맛있기로 소문이 나있다. 일부러 디저트를 더욱 맛있게 돋보이게 하기 위해 영국 음식이 그렇게 맛이 없는 거라는 실없는 농담도 있을 정도다.
애프터눈 티는 점심과 저녁 사이 3시에서 4시쯤 살짝 출출할 시간에 가볍게 홍차와 함께 즐기는 핑거푸드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아침 일찍 찾아가면 애프터눈 티를 주문할 수 없다. 대부분의 식당들이 3시가 넘어서 주문을 받는다.
단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은 남자친구와 함께 가는 것은 비추천. 되도록 여자 3명이 찾아가서 끝없는 수다와 함께 즐긴다면 최고의 시간이 될 수 있다.
차 두잔이 포함된 애프터눈 티 2인 세트는 기본 10만 원 , 샴페인 두 잔이 추가되면 15만 원 정도.
허니문 패키지에 포함된 애프터눈티는 샴페인 없는 기본 10만 원짜리 애프터눈 티였다.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회원인 신랑은 여기서도 아이스아메리카노를 골랐고, 나는 장미향을 느끼고 싶어서 빠씨옹 드 플레흐 (Passion de Fleurs) 차를 선택했다.
안내받은 자리는 해운대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창가자리.
자리는 매우 마음에 들었다.
차를 다 마시고 나서 뜨거운 물을 추가해서 재탕해 마실수 있다. 아무래도 재탕하면 처음 느꼈던 진한 향은 덜하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마실만 했다. 비싼 가격의 홍차인데 한 번만 우려먹고 버리기에는 역시 아깝다.
첫 시작을 스콘으로 해서 달지 않은 빵부터 하나씩 나오기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내가 방문한 날짜는 호텔이 개장한 지 3일째 되는 날이었고, 애프터눈 티의 상징인 3단 접시가 아직 해외에서 도착하지 않았다고 했다(!) 결국 접시를 테이블 가득 펼쳐놓고 먹어야 해서 조금 슬펐다.
처음 시작은 달지 않은 빵과 샌드위치로 시작한다. 트레이가 있었다면 가장 아래에 자리하고 있었을 핑거푸드다.
시그니엘 호텔이 비싼 만큼 제과 쪽으로도 유명한 편이라 달지 않고 자극적이지 않고 맛있었다.
트레이의 위층에는 달콤한 디저트류로 채워진다.
여기서부터 신랑은 달다고 난리. 돼지국밥 먹고 싶다고 난리..
다음번엔 데리고 오지 않기로 결심했다.
초콜릿 퐁듀를 곁들인 아이스크림 슈로 마무리.
애프터눈 티를 접할 기회가 그리 흔하지 않으니, 괜찮은 경험이었지만..
역시 여자 셋이 왔어야 했다.
# 202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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