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의 여정을 3박4일 이상으로 잡았다면, 많은 여행자들이 그중에 하루를 마카오 여행으로 계획한다. 나와 내 친구들 역시 홍콩여행 셋째날은 마카오에서 보내기로 했다. 주말에 마카오를 찾는 여행객들이 꽤 많기때문에, 혹시라도 우리가 원하는 시간의 페리가 매진될까 싶어서 우리는 전날 표를 예매해 두었다. 결론적으로 그것은 잘한 결정이었다. 우리가 페리 터미널을 방문했을때, 그날 마카오로 출발할 표를 구하지 못하여 일정에 차질이 생긴 커플을 만나게 되었다. 마카오를 그럼 하루 미루는게 어떻겠느냐고 조심스레 물어봤는데, 안타깝게도 그 커플은 마카오 여행을 일정의 마지막으로 넣어두었기 때문에 바꿀수가 없다고 했다. 결국 그 커플은 터미널에서 서성이며 시간을 보내다가 당일날 12시쯤 출발하는 표를 구해서 마카오로 건너갔다.
tip : 마카오 가는 페리 티켓은 전날 미리 사 놓는것이 좋다.
아침일찍 부지런히 움직인 덕분으로 예상했던 시간보다 일찍 터미널에 도착했다. 가볍게 아침을 먹기로 했다. 셩완에 위치한 홍콩-마카오 페리 터미널(Hong Kong Macau Ferry Termianl) 2층과 3층에는 18개의 레스토랑과 카페가 입점해있었지만 이른 아침 시간이라 대부분의 가게들이 아직 장사를 시작하지 않아서 선택의 폭이 넓지는 않았다. 나와 B 오빠는 귀여운 구데타마 캐릭터가 그려진 맥도날드에서 아침을 해결했다. 한국에서 먹는 맥도날드와 다를바 없는 평범한 맥모닝이지만, 역시 해외에서 먹으니 더 맛있는것 같은건 기분탓. 밀덕(밀가루 덕후) E는 스타벅스에서 간식거리를 사왔다. K 오빠는 아침을 먹으면 속이 더부룩 하다고 건너뛰었다. 옆에서 우리 먹는거 구경만 함.
▲ 오른쪽 : 체크인 후 자리를 배정 받은 스티커가 붙어있다
페리는 지정석이 아니라 체크인 하고 나서 페리를 타기전에 카운터에서 번호 스티커를 붙여서 나중에 자리를 만들어 준다. 남는 자리가 있다면 배시간이 달라도 당일 티넷에 한하여 탑승할 수 있다. 정해진 시간의 티켓을 가지고 있는 승객이 탑승을 완료하고 나서 남는자리가 있다면 탑승구 옆 대기줄(Stand-by Line) 의 손님을 태워준다. 하지만 주말이나 저녁등 인기있는 시간대에는 남는자리가 별로 없기때문에, 요행을 바라기 보다는 역시 최대한 시간맞춰서 미리 움직이는편이 안전하다.
이왕이면 창밖을 보고싶어서 윈도우 시트 Window Seat 를 요청했으나 창가자리는 이미 매진이었다. 아쉽지만 좀더 일찍 오지 못한 우리탓이니 어쩔수 없는 일.
※ 홍콩→ 마카오 고속페리(터보젯) 주말요금 : HKD 177.00 (26,000원)
▲ 출국 수속장
▲ 구색만 갖춘 면세점 (...)
배로 1시간 걸리는 가까운 거리지만, 엄연히 홍콩과 마카오는 독립된 특별 행정구역이기때문에 출국과 입국 절차를 밟아야 한다. 당연히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여권을 몸에서 뗴어놓고 다니는 사람은 없겠지만, 여하간에 마카오를 가기위해서는 여권 지참은 필수이다.
출국 수속을 밟고나서 한참을 기다렸는데 , 우리 일행중에 K 오빠만 출국하지 못하고 붙잡혀 있었다. 홍콩 입국 신고서 종이를 호텔에 두고 온 것이다 (!!) 중요한 종이라고 생각하고 아껴둔다고 호텔 금고에 넣어두고 왔다고 한다. (해외 여행이 처음이신 분이다 ㅠㅠ)
다행히 시간은 좀 걸렸지만 입국 신고서를 다시 작성하고 K 오빠가 겨우 건너 올 수 있었다. 혹시라도 페리 시간을 놓칠까 싶어서 1시간 일찍 여유를 두고 터미널에 온 것이 다행이었다. 어떤 돌발 사태가 발생할 지 모르는 해외여행에서 기차나 배를 타고 이동할 일이 있을때에는 역시나 미리 여유를 두고 1시간 일찍 움직여야 안전하다.
날이 흐리고 살짝 비가 내렸지만, 다행히 파도는 거세지 않아서 흔들림은 심하지 않았다. 캐리어 등 짐이 있다면 뒷편에 짐 놓는 공간이 따로 있으니 뒤쪽에 묶어두면 된다. 한시간 정도면 마카오에 도착한다.
▲ 마카오 입국 심사대 가는길.. 한글이 적혀있어서 은근히 감격했다.
마카오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돌아가는 페리 티켓을 샀다. 우리 숙소는 셩완역 근처라서 출발은 셩완에서 했지만, 홍콩으로 돌아가는 티켓은 구룡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매일밤 8시에 시작하는 레이저쇼 '심포니 오브 라이트' 를 보러갈 계획이었기 때문에 이른시간인 6시에 돌아가기로 했다.
나중에 돌아오고 나서 사실 너무 이른 시간에 돌아오는 바람에 마카오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는 후회를 하게 되었다. 마카오는 하루도 안되는 짧은 시간동안 대충 둘러보고 가기에는 너무나 아쉬운 매력이 가득한 도시다. 다음번 여행에는 온전히 마카오 에서만 3박4일을 보내면서, 아름다운 마카오 골목을 한가로이 산책하겠다고 굳은 결심을 했다.
꿈은 용기와 의지가 있다면 이루어 지게 되는 법이다. 결국 나는 11월 중순에
다시한번 마카오로 가는 비행기 티켓을 구해서 떠나게 되었다.
세나도 광장Senado Square , 성바울 성당의 유적 Ruins of St.Paul's |
마카오에 도착하자 마자 가장 먼저 성바울 성당의 유적으로 달려갔다. 마카오하면 떠오르는 랜드마크인 이곳은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항상 붐비는 인기있는 곳이라서 아침일찍 관광객이 조금이라도 적을때 가장 먼저 찾아가자고 결정했다. 마카오 외항 페리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내려서 성바울 성당의 유적지로 가는골목이 너무 아름다워서 기분이 좋아졌다. E는 연신 사진을 찍어대느라 바쁘다. 야심차게 준비한 디지털 카메라를 인천공항 면세점에 두고 오는 바람에, 여행 내내 E는 아이폰으로만 사진을 찍어야 해서 울상이었다. 다행히 면세점에 두고온 카메라는 인천공항에 돌아와서 잃어버리지 않고 잘 찾아왔다.
▲ 10여분을 걸어왔더니 성당 유적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코믹한 포즈로 웨딩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친구들 모습이 행복해보여서 부러웠다. 성당 뒤쪽에 보이는 작은 사원은 '나차사원 Na Tcha Temple' 이다. 1888년 당시 마카오에 급속도로 퍼지고 있던 전염병을 막기 위해 귀신을 물리치는 능력을 가진 나차 신에게 바쳐진 사원이다.
성당을 지을 대리석이 부족했던 마카오 사람들은 궁여지책으로 성당 앞부분만 대리석으로 만들고 옆면과 뒷면은 나무로 마감했다. 1835년 태풍으로 인한 화재로 성당 건물중에 나무로 된 부분은 전부 불에 타 버리고 결국 앞판만 덩그라니 남게 되었는데, 이모습으로 170년의 세월이 흘렀다.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마카오에서 가장 유명한 상징물이라서 이른 아침인데도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앞판만 남은 성당 잔해가 뭐가 중요할까 싶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동양과 서양이 조화를 이룬 섬세한 부조들이 무척 아름답다. 용을 타고있는 성모마리아 주변에는 중화풍의 국화무늬가 장식되어 있다. 오랜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은 마카오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성당이다.
세나도 광장에있는 성 도미니크 성당 St.Dominiz's Church 은 멀리서도 그 아름다움이 한눈에 들어온다. 1587년 세워진 마카오 최초의 성당인데, 1997년 복구되어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노란색 외벽과 화려한 조각들이 아름다운 성당이라서 배경사진으로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이 무척 많았다. 유럽의 유명한 성당들에 비하면야 소박한 모습이지만, 잠시나마 유럽에 온것 같은 착각을 느끼게 해 주었다.
▲ 청 타일로 만든 모자이크는 마카오 식민 역사를 담고 있다.
다음 목적지 기아 요새로 가는 길목은 즐거웠다. 유럽 느낌이 물씬 나는 골목도 있었고, 모자이크 타일로 마카오의 역사를 표현한 골목도 흥미로웠다. 골목길 끝에서 중국풍 분수가 세워져 있는 광장을 만났다. 목적지 없이 지도 없이 그저 골목을 헤매다가 마음에 드는 카페를 하나 찾아서 커피를 한잔 마시면 좋을것 같다. 다음 오 여행에는 하나라도 더 보겠다는 욕심을 내려놓고 여유롭게 돌아보고 싶은데, 언제나 내 결심이 무색하게 여행은 행군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 좋은곳은 두번세번 찾아가야 하는것 같다. 다음주에 찾아갈 마카오는 또 어떤 모습으로 나를 반길지 벌써부터 설레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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