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은 가볼 만한 섬 대마도
대마도를 다녀온 사람들의 이곳에 대한 전체적인 평은 그다지 볼 것 없는 시골 섬마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해 26만 명이 넘는 한국 사람들이 찾는다고 하니 이 섬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분명히 있다.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어 맑고 투명한 바닷물은 풍부한 먹잇감으로 물고기들을 불러 모아 낚시하는 사람들은 이미 대마도 관광 여행이 붐이 일기 전부터 많이들 찾아왔다고 한다. 섬 전체의 90% 가 산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덕분에 등산을 즐기는 등산객들도 하루 코스로 많이들 다녀간다. 나의 부모님도 이번 대마도 여행을 '한 번은 갔다올만 한 곳'이라고 평하셨다. 그리고 어머니는 등산 모임 친구들과 함께, 아버지는 낚시와 자전거를 타러 한번 더 들르고 싶다고 하셨다.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일본 대마도의 여행 두 번째 날 기록이다.
오전 7시 30분
소와루 리조트에서의 아침
여행 둘째 날 아침은 숙소에서 제공되는 일본식이었다. 된장국에 생선 한 토막과 계란말이와 낫토. 간소한 일본식 밥상 그대로였다. 어머니 생신날을 여행 날짜로 잡았기 때문에, 미역이 들어간 미소된장국은 어머니 생신 상이 되었다.
남이 차려준 생일상을 다 받아본다며 어머니는 무척 좋아하셨다.
오전 9시 00분
일본 천왕이 탄생한 곳 <와타츠미 신사>
와타츠미 신사는 용왕을 모시는 신사중에서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신사이다. 공식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설화이긴 하지만 일본 천황의 아버지가 태어났다고 하는 전설도 전해진다. 일렬로 서있는 5개의 도리 이중 2개는 바닷속에 있어 밀물 때에 바다에 잠기는데, 바다와 도리이와 신사가 어우러진 풍경은 무척 몽환적인 느낌이라서 신화의 세계를 연상하게 했다.
대마도 여행 중에 가장 일본스러웠던 곳이라서 사진도 많이 남겼다.
오전 10시 00분
대마도의 하롱베이 - 에보시타케 전망대
전망대에 오르면 대마도가 산으로 이루어진 곳이구나라는 사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주차장에서 전망대까지 조금 가파르긴 했지만 계단이 잘 정비되어있어서 힘들지 않았다. 10분이 안되는 짧은 등산을 하고 전망대에 오르니 대마도의 하롱베이라고 불리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아소만의 수많은 섬들과 어우러진 바다의 모습은 장관이었다.
관람객들이 너무 많아서 발 디딜 틈이 없었다는 게 유일한 단점이라고 할까..
오전 12시 50분
한국전망대
한국에서 대마도까지 거리는 불과 50km 가 되지 않는다. 맑은 날에는 부산이 한눈에 보인다는 한국전망대인데, 오늘은 미세먼지가 심해서 부산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입구에서부터 한국 사람을 겨냥한 관광지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 게, 한국의 팔각정을 그대로 본떠서 전망대를 만들었다고 한다. 정말 한국 사람 외에는 찾아오지 않을 것 같이 생긴 곳이었는데, 유일하게 부산에서 불꽃놀이를 하는 날이면 대마도에 살고 있는 일본인들이 불꽃놀이를 구경하기 위해 많이 들른다고 했다.
이곳에는 커다란 위령비가 놓여있는데 1703년 일본으로 향하던 조선통신사의 배가 사고로 침몰하여 108명이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위령비는 이들을 애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오후 1시 20분
점심식사
여행 기간 동안 제공된 식사는 모두 일본식이라서, 외국 음식을 전혀 드시지 못하는 까다로운 어머니도 어렵지 않게 한 그릇을 싹싹 비우셨다. 우리나라도 원래는 각자 밥상을 받는 독상 문화였는데 6.25 전쟁통에 먹을 것이 부족해지자 모자란 음식들을 한 그릇 안에 모아놓고 가족들이 한 숟가락씩 나눠먹는 한상 문화로 바뀌었다. 위생과 남는 음식을 생각했을 때, 우리도 이렇게 각자 먹을 양만큼만 담아서 차려먹는 독상 문화로 되돌아갔으면 하는 개인적인 생각을 해봤다.
오후 2시 00분
미우다 해수욕장
부산에서 살고 계시는 어머니 친구분은 여름이면 대마도로 와서 해수욕을 하고 가신다고 했다. 사람으로 붐비고 파라솔로 발 디딜 틈 없는 물 반 사람 반인 부산 해운대보다 차라리 배 타고 대마도로 건너오면 물 맑고 사람 적어서 놀기 좋다는 것이다.
미우다 해수욕장은 일본의 100대 해수욕장으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맑고 투명한 바닷물은 에메랄드빛이었다. 근처에 캠핑장도 있다고 해서 캠핑 좋아하는 친구들과 한번 더 와서 놀다 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 3시 00분
히타카츠항에서 다시 부산으로
입국심사가 1시간이 넘게 걸린데 비해 출국심사는 20분도 안 돼서 금방 끝이 났다. 이것도 해외여행이라며 얼른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었다(웃음). 부산에서 일본으로 올 때는 뱃멀미가 걱정되어서 멀미약을 먹었는데, 그날 하루 종일 멀미약 부작용으로 몽롱한 정신에 졸다 깨다를 반복하는 것을 경험하고 나서 돌아가는 날은 멀미약을 먹지 않기로 했다.
올 때는 이코노미 자리에서 좁게 왔는데, 돌아갈 때는 2층 비즈니스 석이라 자리가 넓고 편했다. 1시간밖에 안되는 짧은 거리지만 편한 자리를 찾는 것은 역시 인간의 본성인가 보다. 멀리 보이는 부산의 높은 빌딩이 반가웠다.
오후 5시 부산항에 도착해서 나의 짧은 일본 여행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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