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행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민망한 대마도 여행을 떠나다
우리나라는 반도 지형이지만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북쪽은 북한 땅으로 막혀 있기 때문에 고립되어 있는 섬과 다를 바가 없다. 나에게 해외여행이란 곧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여행과 동일한 의미였다. 그러다 우연히 부산에서 배를 타고 대마도를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배를 타고 해외를 간다니! 심지어 1시간 반이면 일본으로 갈 수 있다는 사실에 나는 흥분했다.
문제는 부산까지 가는 방법이었다. 대마도로 떠나는 배를 타려면 최소한 오전 8시까지는 부산에 도착해 있어야 하는데, 그러자면 심야버스나 기차를 타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이동해야 한다. 부산에서 일본을 다녀오는 왕복 뱃삯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왕복하는 KTX 비용이 더 커져,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상황. 그렇게 나는 어느 과자 광고의 멘트처럼 '언젠가 떠나고 말 거야~'를 외치며 대마도 여행을 마음 한구석에서 지워야 했다.
그러다가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2018년 삼일절은 화요일. 징검다리 휴일을 맞이하여 회사에서 월요일 하루 단체로 휴가를 사용하라는 공문이 내려왔다. 주말까지 셈하면 4일의 긴 연휴가 갑자기 주어졌고, 마침 이날은 어머니 생신이기도 했기 때문에 부모님을 모시고 대마도로 떠날 계획을 세웠다. 여행 떠나기 1주일 전 갑작스럽게 부모님께 연락하고 여행 패키지 결재까지 순식간에 해치웠다. 해외여행을 1주일 전에 벼락치기로 결재하다니 나조차도 신기하고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오전 7시 00분
부산항 여객터미널 도착
▲ 이른시간 여객터미널에 도착하여 아침으로 샌드위치와 아메리카노를 먹었다
▲ 전주에서 집어온 에비츄인형은 대만과 중국 청도여행, 그리고 이번에 일본까지 따라가는 내 여행 메이트
▲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애청자 이신 엄마는 여행이 끝날때까지 얘를 하신또라고 불렀다. 에비츄무룩..
대마도로 떠나는 배 시간은 9시였지만, 7시까지 부산항으로 오라는 가이드의 안내 문자를 받았다. 고향인 시골에서 부산까지 자동차로 2시간이 걸리지만, 혹시라도 늦을까 싶은 어머니의 조바심으로 3시간 전인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출발하기로 했다. 엄마가 기르는 고양이 '나비'에게 밥을 넉넉하게 챙겨주고 집을 나섰다. 하루 동안 집 잘 지키고 있어 나비군!
연휴를 맞아 부산항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전날 비바람이 심하게 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어제 '니나호' 와 '오션플라워호'는 결항이었다고 한다. 대마도를 왕복하는 배는 4개가 있는데 그중에서 '니나'와 '오션플라워'호의 선체 크기가 '비틀'과 '코비' 보다 작다. 때문에 일기가 안 좋은 날이면 종종 결항이 되기도 하는데,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날 대마도를 들어가야겠다! 하는 사람은 '비틀'이나 '코비'를 예약하는 것을 추천한다. 하지만 굳이 날씨가 험한데 다른 나라까지 가서 비바람 맞아가며 여행을 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결항이 될 경우 여행 비용을 전액 환불해주겠다는 여행 약관을 먼저 체크한 후에 '니나'호를 선택해서 가는 것도 하나의 팁이 될 수도.. (찡긋)
여하간 어제보다는 낫지만 오늘도 파도가 1.5m 정도로 높은 편이라고 했다. 한 시간 반의 짧은 배 여행이라 멀미약이 필요 없을 것 같아서 일부러 준비하지 않았는데 덜컥 겁이 나서 여객터미널에 있는 약국에서 비싼 값을 치르고 급하게 멀미 약을 구입해 먹었다. 일찍 일어난 데다가 멀미약까지 먹은 부작용으로 배를 타자마자 나는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오전 10시 50분
히타카츠항 도착
깜빡 잠이 들었다가 깨보니 멀리 대마도 섬이 보이기 시작한다. 한국에서 찾아온 관광객들이 많아서 입국심사에 1시간이 넘게 걸렸다. 인구 3만 명이 겨우 넘는 작은 시골 섬마을에 작년 한해 한국인 관광객만 약 26만 명이 찾았다고 하니 한국인이 이 섬을 먹여살리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1박2일 여행 내내 여기를 둘러봐도 한국 사람 저기를 둘러봐도 한국 사람, 심지어 간판도 전부 한국어가 크게 적혀 있어서 여기가 일본인지 아니면 부산과 가까운 한국 섬인지 헷갈릴 지경
버스에 짐을 부려놓고, 일단 점심부터 먹고 관광을 시작하기로 했다. 가이드를 따라 들어간 점심 식사는 히타카츠항 바로 앞의 식당이었다. 김밥은 그럭저럭 먹을만했지만 우동은 간이 심심한 편이었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는데 튀김이 너무 최악이었다. 기름을 잔뜩 머금은 야채 튀김은 씹자마자 기름이 배어 나와서 한입만 먹고 치워버렸다.
오후 2시 10분
만관교(만제키바시)
원래 대마도는 하나의 섬이었다. 일본 해군이 함대를 지나가게 하기 위해 섬의 가장 좁은 곳을 파서 운하를 만들어 섬을 두개로 나누고 다리를 놓았는데 이 다리가 만관교(만제키바시)다. 걸어가면 5분도 안되는 짧은 다리에 크게 아름다울 것도 없지만, 워낙 볼거리가 없는 작은 섬이다 보니 패키지여행에 하나의 코스로 들어가 있다. 파란 하늘과 대조되는 빨간 다리는 인증샷을 남기기에는 괜찮았다. 다리 밑으로 인공운하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다.
오후 3시 00분
하치만구 신사
하치만구는 일본어로 '팔번궁' 이라고 한다. 어부와 병사를 보호하는 신사로 규모는 작지만 이즈하라 마을에서 가장 큰 신사로 일본스러운 느낌을 잘 살리고 있다. 아맞다.. 여기 일본이지 (긁적)
최익현 선생이 대마도로 끌려와 처음 3개월간 수용생활을 했던 장소라고도 한다.
오후 3시 20분
금석성(가네이시성)과 덕혜옹주 결혼 봉축비
이즈하라 시내 중심부에 있는 금석성은 역대 대마도주가 거주하던 성으로, 내부에서는 '덕혜옹주 결혼기념비'도 볼 수 있다.
사실 대마도에 살고 있던 귀족은 백작 계급으로 사실 귀족 중에서는 별 볼 일이 없는 계급이다. 생각해보면 권세 있는 가문들은 일본의 수도에 모여 살았을게 당연하니, 일본 끝에서도 한참 떨어진 작은 섬인 이곳 성주라면 별 볼 일 없을 수밖에.. 따라서 아무리 속국이 되었다고는 하나 한 나라의 왕족인 덕혜옹주가 시집을 오기에 대마도는 너무나도 한미한 가문이었는데, 이것은 한국을 욕보이려는 일본의 속셈이기도 했으리라.
어쨌든 간에 결혼을 했으니 행복하게 살라는 마음으로 대마도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이 돈을 모아 '결혼기념비'를 세웠다. 하지만 간절한 바람과는 달리 이 결혼은 몹시 불행하게 끝이 났고 덕혜옹주는 누구보다 비참한 삶을 살았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기념비를 보고 있는 동안 가슴 한편이 무거웠다.
금석성까지 둘러보고 잠시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가까운곳에 티아라몰이라는 약간 규모가 큰 쇼핑몰이 있어서 둘러보고 구경하고, 당일저녁에 간단히 마실 맥주와 안주거리를 쇼핑했다. 비행기와는 달리 배로 하는 여행은 수화물 무게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일본 라면과 카레, 과자류를 마음껏 집어올 수 있어서 행복했다 ^^
대마도 패키지 1일차 일정이 모두 끝나고 숙소로 향했다.
우리가 배정받은 숙소는 지은지 한달정도밖에 안된 '소와루 리조트' 였는데 이건 따로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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