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티마 성당, 그리고 참회의 길
○ 포르투갈 그리고 파티마(Fátima)
스페인,포르투칼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여행 사진 폴더를 한꺼번에 날려버렸다. 며칠뒤에 겨우겨우 절반정도를 복원할 수 있었는데, 당시에는 절반이라도 감사한 마음으로 눈물이 날만큼 기뻤지만, 이렇게 여행기를 올리려고 사진을 뒤져보니 역시 올릴만한 사진이 얼마 없어서 또 눈물이 난다.
덤벙대는 내 성격을 탓할 수 밖에..
한때 대항해 시대에 신대륙 개척을 앞장섰던 강대국이었던 포르투갈은 이제는 그 명성을 잃고 유로존에서 그리스에 이어 두번째 퇴출 대상 명단에 올라 있다. 가이드 선생님의 말로도 현재 경제문제가 심각하게 어렵다고 한다.
한국사람에게 그리 인기있는 관광객이 아니어서인지 포르투갈 여행기를 쓰기위해 가지고 있는 유럽 여행 관광책자를 꺼냈는데 이리 찾아보고 저리 찾아봐도 포르투갈을 소개하는 페이지가 없어서 조금 당황했다.
스페인 똘레도(Toledo) 에서 파티마에 도착하기까지 5시간 30분의 장거리 버스 여행을 해야 했다.
유럽은 노동자의 근무환경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일정시간 장거리 운전을 하고 나면 반드시 쉬도록 법적으로 강제되어 있다. 스페인의 경우는 2시간 운전후 15분 휴식. 추가 로 2시간 운전후에는 30분 휴식을 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으며, 이것을 어길시에는 최악의 경우 운전기사의 면허가 취소된다.
▲ 성모 마리아 발현지
○ 성모마리아의 목격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파티마 대성당
파티마에 내리자마자 차가운 공기가 목덜미를 훅 끼쳤다. 대서양 바다와 가까워져서인지 비슷한 위도의 똘레도의 날씨와는 천양지차라서 내리자 마자 가디건으로 몸을 꽁꽁 싸매야 했다.
"여기 앞에서 바람막이 잠바나 외투 장사하면 잘팔리겠어"
나중에 우리 일행들에게 물어보니 다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다고 하여 엄청 웃었다.
파티마 대성당은 1917년 세명의 어린이가 성모마리아를 목격했던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다. 성모마리아는 나중에 이곳에 한칸짜리 작은 성당을 지으라고 지시하였고, 사진에 보이는 하얀색의 한칸짜리 작은 건물이 바로 그 성당이다.매년 성모 발현 날짜인 5월13일과 10월 13일에는 수많은 순례자들이 이곳을 찾아온다. 내가 방문한 날은 다행히(?) 성모발현 날짜와 거리가 멀어서 그렇게 많은 관광객들이 모이지는 않았다.
이곳 성모 발현지 에서는 매일 밤 9시에 미사가 진행된다. 미사시간이 가까워 올 수록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광장에는 색깔이 다른 타일로 만들어진 '참회의 길' 이 있다.
처음 성모마리아가 발현했을때, 아이들의 부모님은 아이들의 말을 믿지 않았다. 나중에서야 성모마리아가 진짜였음을 깨닫고 아이의 어머니는 참회하며 무릎으로 기어서 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이 길 그대로 참회의 길로 만들어져 있다. 밤 늦은 시간이었지만 파티마 소성당까지 무릎 기도로 기어 가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 유럽의 서쪽 땅끝마을 까보다로까 (Cabo da Roca :: 로까곶)
파티마에서 하루를 자고 나서 아침일찍 우리는 로까곶으로 향했다.
우리나라의 땅끝은 해남이다. 유럽에는 이곳 로까곶을 땅끝이라고 부른다. 포르투갈의 땅끝이자 유럽의 서쪽끝으로 상징성이 있어서 리스본 근교 관광지 중에서는 인기가 있는 곳이다. 이른시간에 도착하여 안내소는 아직 문을 열지 않았고, 해는 이제 막 맑은 얼굴로 떠오르고 있었다.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깜짝 놀랐다. 바람을 가려줄 것이 아무것도 없는 땅끝이라서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거리낌 없이 휘몰아 치고 있었다.
"이곳에서 자유시간을 30분 드릴거에요. 그런데 장담하건데 30분을 전부 쓰는 팀은 제 가이드 인생에서 한번도 없었어요."
우리 가이드 왕쌤은 추워서 다들 기념사진만 얼른 찍고 다들 버스로 다시 올라탈것이라고 호언 장담했지만, 사진찍기 좋아하는 우리팀은 30분을 빠듯하게 다 쓰고도 시간이 부족해서 아쉬워했다. 가이드쌤은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며 놀라워 하셨다. ㅎㅎ
나는 이곳에서 아껴두었던 한복을 꺼내 입었다.
유럽 여행을 계획하면서부터 언젠가 한복을 입고 가고 싶다고 생각해서 앞뒤없이 질렀던 옷인데, 한여름 저리 가라고 할정도로 뜨거웠던 스페인 에서는 차마 못입고 있다가, 포르투갈에서 날씨가 추워져서 드디어 꺼내입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냥 무감하게 넘긴다면 별거 아닌 풍경과 날씨지만, 의미를 부여한다면 모든게 감사한것 투성이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 추웠던 포르투갈 날씨가 나에게는 고마웠다.
소중한 부모님과 즐거운 사람들이 함께 하는 스페인/포르투갈 일정은 이제 3일째를 지나고 있었다.
이제 우리는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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