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섯번째로 만난 유럽 - 스페인
한살이라도 어렸을때 먼곳부터 돌아보자 라는 결심을 했기때문에, 휴가를 받으면 가장먼저 유럽으로 떠나는 비행기표를 끊었었다
다섯번째 만난 유럽국가는 스페인으로 이미 결정을 했기때문에 올해 휴가를 사용할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생각.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년에 환갑이신 부모님은 아직 유럽을 한번도 나가보지 못하셨다.
해가 갈수록 기력이 떨어질 부모님. 언젠가는 해외여행을 한번 모시고 나가야 겠다고 생각만 했었는데 이번에는 미루지 않고 실천하기로 했다.
부모님을 모시고 스페인을 가겠다는 여행계획은 충동적으로 세워졌다.
자유여행으로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가기에는 너무 부담스러워서 애초부터 패키지 여행을 계획했다.
바쁜와중에 인터넷 검색하는것도 귀찮아서 그냥 자주 가는 사이트중에 하나인 '인터파크 투어' 에서 스페인 여행 패키지 3인분을 결재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반적으로 가이드와 인솔자는 괜찮았으나 버스를 타고 장거리 이동이 너무 많다.
패키지 여행을 몇번 다녀본 경험으로 이동거리가 길 수록 여행자만 손해다. 뻔히 알면서 꼼꼼하게 일정표를 훑어보지 않은 내 잘못.
포르투갈을 빼고 스페인만 돌아보는 일정도 있으니, 날짜가 맞는다면 스페인만 돌아보는 코스를 추천한다.
(사실은 스페인이 이렇게 넓은지 몰랐어요 ㅠㅠ)
▲ 도하(경유지) 에서 득탬한 낙타 인형. 아빠는 입국할때 메르스 신고하는 종이에 낙타를 사왔다고 적을거라며 농담을 하셨다 ㅎㅎ
○ 여행의 시작 - 도하에서 경유
여행을 떠나기 5일전에야 회사 앞에서 급하게 환전을 했다. 3인 가족이 9일동안 해외에서 사용할 용돈이라 170만원이 넘는 큰 금액을 환전했다.
여행내내 돈 계산은 내 몫이었다. 엄마는 잃어버릴까 두려워 현금에는 조금도 손을 대지 않으셨다.
어린시절에는 낯선장소에 갈때면 불안한 눈으로 엄마 손 꼭 붙잡고 아빠 등뒤에 숨기 바빴는데, 그렇게 넓었던 아빠의 어깨는 이제는 세월이 지나 왜소하다. 부모님은 혹시라도 해외에서 미아가 될까 두려워하는 눈빛으로 여행 내내 두분이서 손을 꼭 붙잡으시고 내 등뒤에 숨어 계셨다. 그런 모습이 한편으로는 마음이 안타깝기도 하고, 늦기전에 지금에라도 모시고 나와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다.
우리 비행기는 새벽 1시에 출발하는 카타르 항공으로 인천 - 도하 까지 10시간 , 도하 - 마드리드까지 6시간30분이 걸리는 장거리 여행이다.
중간에 경유하는 대기시간까지 합하면 19시간 30분의 대장정!
심지어 나의 부모님은 공항 리무진을 타고 시골에서 4시간 30분을 올라오셔야 했으니, 마드리드까지 꼬박 24시간이 걸려 도착한 셈이다.
카타르 항공은 전반적으로 만족스운 편이었다. 나는 사실 해외여행은 시간이 곧 돈이라고 생각하기때문에 비행기를 경유하느라 낭비하는 시간을 좋아하지 않는다. 값이 더 비싸더라도 직항을 이용하는 편인데, 경유하는 편이 가격도 저렴하고, 중간에 한번 갈아타는것이 지루함을 덜수 있어서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듯.
▲ 알칼라문 Puerta de Alcala
▲ 프라도 미술관 안쪽은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어서, 로비에서만 사진을 찍었습니다.
○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는 이베리아 반도의 중앙에 위치한 카스티야 지방의 대표 도시이자 스페인 교통의 요충지 이다. 16세기부터 펠리페 2세가 왕궁을 똘레도에서 마드리드로 옮기면서 스페인의 수도가 되었고 이후 스페인의 정치, 경제의 중심 역할을 맡아왔다.
수도로 사용된 역사가 다른 유럽의 국가들에 비해 짧기때문에 마드리드의 구시가지의 건물들은 오래되지 않은편이다.
24시간의 여행끝에 씻지도 못한 꾀죄죄하 모습으로 오후 2시에 마드리드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숨가쁘게 관광일정이 시작된다. 공항에서 짐을 찾고 피곤한 몸을 관광버스에 실었다. 다섯번째로 방문하는 유럽이라 이제는 낯설지만 익숙한 유럽 풍경들이 창밖을 스쳐 지나간다. 전문적으로 건축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유럽 나라들마다 독특한 건축 양식이 있고 구분을 할 수 있겠지만, 멀리 동쪽끝에서 온 이방인의 눈에는 유럽에 있는 건물들은 모두 똑같아 보인다.. ㅎㅎ
○ 프라도 미술관 (Museo Nacional del Prodo)
마드리드 첫번째 일정은 프라도 미술관에서 시작되었다.
프라도 미술관은 특히 회화작품에 특화된 곳으로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러시아 에르미타주 미술관과 함께 세계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곳이다. 3만점 이상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약 3000점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미술품을 다 둘러보기에는 시간이 부족하여 이번 여행에서는프란시스코 고야의 작품만 빠르게 훑어보았다.
프라도 미술관까지 오는길에 인솔자를 공항에 버려두고 온 에피소드도 있다.
원래 오기로 했던 스페인 운전기사가 휴가를 가는 바람에 임시 운전기사가 마중나왔는데, 임시 기사라서 가이드 얼굴을 모르니 우리 일행이 모두 탄줄 알고 인솔자를 공항에 버려두고 혼자서 출발해버린 것이다. 나중에 인솔자 혼자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미술관으로 따로 왔다.
저녁에는 우리 일행중 한명이 식당 화장실에 간 사이에, 버려두고 우리끼리 먼저 숙소로 출발해 버리는 사건도 있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여행의 시작. 그래도 끝까지 인솔자와 가이드는 인내심을 잃지 않고 큰 사건사고 없이 무사히 여행을 다녀 올 수 있었다.
▲ 마드리드의 상징 madroña (영 Arbutus unedo) 와 곰의 조각상
▲ 스페인의 중심. 밟고 지나가면 스페인을 다시 찾게 된다는 속설이 있다.
○ 마요르 광장(Plaza Mayor) 과 푸에르타 델 솔 (Puerta del Sol)
유럽은 광장문화가 발달해있다. 도시마다 그 도시를 대표하는 큰 광장이 있고, 예전 중세시대때에는 광장에서 마녀사냥이나 종교재판등이 열리기도 했다고 한다. 마드리드 관광의 거점인 푸에르타 델 솔과 왕궁 주변은, 마드리드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 푸에르타 델 솔을 중심으로 마드리드 최대 번화가인 그란비아(granvia)와 구시가지에 해당하는 마요르 광장이 인접해 있으며, 마드리드 왕궁까지 이어져 있다.
마요르 광장에서 주어진 30분의 자유시간.
신기한 눈으로 두리번 거리며 사진을 찍는 엄마에게 로마 병사의 복장을 한 사람이 접근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엄마는 신나서 아빠와함께 사진을 찍었고, 로마 병사는 사진 두장을 찍어주고 팁을 요구했다. 미쳐 내가 말리기 전에 순식간에 벌어진일.. 사진 두장에 2EUR 3천원에 가까운 돈을 강탈 당한 것이다. (심지어 5EUR 를 줬는데 잔돈을 2EUR 만 거슬러줘서 내가 항의하고 3EUR 를 돌려받을 수 있었다.)
나는 신경이 곤두서서 부모님께 잔소리를 해댔다. 나중에 여행이 끝나 인천공항에 도착하고 나서야 어머니는 나에게 서운한 마음을 내비치셨다.
별거 아닌돈 3천원때문에, 행복하려고 떠난 여행에서 난 왜그렇게 엄마에게 못되게 굴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부모님께 미안한 마음 뿐이다.
○ 마드리드 왕궁 (Palacio Real)
마드리드 왕궁은 스페인에서 가장 호화스러운 왕궁이다. 스페인 왕의 공식 거처이지만 현재는 공식 행사에만 사용되고 실제 거주하지는 않는다.
특히 베르사유 궁전에서 가장 유명한 거울의 방을 모방해서 만든 '옥좌의 방' 로코코양식의 호화스러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가스파리니 방' 145명이 한꺼번에 앉아 식사를 할 수 있는 '연회장' 등 볼거리가 많은 곳이라 스페인 여행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관광 코스지만, 마드리드에서 4시간만 허락된 우리에게는 그림의 떡. 왕궁 앞에서 기념사진만 찍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 에스파냐 광장 (Plaza e Espana)
고층건물로 둘러싸인 그란비아가 시작하는 곳에 위치한 스페인 광장.
스페인에는 '스페인광장' 이라고 이름붙여진 광장이 두개가 있는데, 하나는 마드리드 하나는 세비아에 있다. (로마에도 스페인 광장이 있습니다 'ㅅ')
마드리드의 스페인 광장은 돈 키호테(Don Quixote)로 유명한데, 앞에 말을 타고 있는 돈키호테와 산초 판사의 청동상은 기념사진 찍는 사람들로 인기가 많다. 기념비 중앙에 앉아있는 사람이 돈키호테의 작가 세르반테스(Miguel de Cervantes Saavedra)이다.
쓸데없는 여담이지만, 돈 키호테의 돈(Don) 은 귀족에게 붙는 호칭으로 영어의 Sir 와 같은 개념이기때문에, '끼호테' 가 이름이다 'ㅅ'
순식간에 지나간 스페인에서의 첫번째날. 사실 마드리드만 하더라도 2박3일을 둘러봐도 모자라겠지만, 패키지 일정은 비행기 시간을 빼고 스페인에서 포르투칼까지 7일만에 둘러보는 일정이기 때문에, 마드리드는 정말 반나절만에 수박 겉핥기 식으로 스쳐지나와서 많이 아쉬웠다.
더 보고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패키지 일정상 숙소로 돌아왔다. 스페인 여행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 2015.S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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