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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여행] 일제 수탈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도시 군산

Trable (여행 기록장)/국내여행

by 바람국화 2015. 5. 5.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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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군산 이었을까?


내 잠재의식 속에 마치 숙제처럼 언젠가 한번은 꼭 방문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곳이 군산과 익산이었다. 지난 근로자의 날 연휴를 이용하여 마침내 오랜 숙제를 하는 마음으로 1박2일 군산여행을 할 수 있었다. 사실 군산은 전주에 비해 인기있는 관광지는 아니다. 전라도의 '맛' 과 '멋' 을 느끼기위해 많은 사람들이 '전주' 를 찾는다. 군산은 관광지로서는 상대적으로 소외된 곳이다. 어째서 군산이었을까? 서울에서 군산으로 운전하는 4시간 내내 (연휴라서 엄청난 행락 인파로 고속도로는 굉장히 막혔다!) 왜 나의 마음이 군산으로 나를 이끌고 있는건지 궁금했다. 그리고 군산에 도착하고 나서야 어째서 군산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고등학교때 '조정래' 님의 소설 '아리랑' 을 읽었다. 나를 군산으로 이끌고 있던 잠재의식에 '소설 아리랑' 이 있었다. 군산은 일제에 의해 항구가 개항되고, 호남 곡창의 미곡을 수합하여 일본에 송출했던 장소로 '소설 아리랑'의 주요 무대이다. 워낙 오래전에 읽은 소설이라 줄거리 조차 생각나지 않지만, '아리랑'은 내 잠재 의식에 남아 나를 이곳으로 이끌고 있었다.




▲ 옛 군산세관 건물. 쌀 수탈의 전초기지였던 군산의 아픈 역사를 말해 준다.


▲ (구) 조선은행 군산지점. 이 건물 역시 수탈을 목적으로 일제가 세운 은행건물이다.


▲ '장미(藏米) 공연장' 은 일본으로 약탈해가기 위한 쌀을 보관하던 쌀창고였다. 




일제 수탈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군산'


군산의 모든 건물들이 일제 수탈의 역사를 온 몸으로 증언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고의 곡창지대인 전라도 평야에서 생산된 쌀들은 '군산'으로 모여서 일본으로 반출되었다. 일본으로 반출되는 쌀의 양은 해가 갈수록 양이 늘었고,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굶주림에 시달려야 했다. 많은 양의 쌀과 곡식들이 모여들었던 항구도시 '군산'은 일제시대때 큰 성장을 하였고, 땅과 재산을 빼앗긴 우리나라 농민들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군산'으로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굶주렸지만, 일본사람들은 우리에게서 빼앗은 재산으로 큰 부를 축적 한다.


곳곳에서 아픈 역사는 군산에 그대로 남아 눈으로 확인 할 수 있었다. '일본 제 18은행 군산지점' 건물과 '조선은행 군산지점' 은 일본사업가들의 한국 진출을 돕기 위해 세워진 건물로 쌀수탈, 미곡 반출, 토지강매 등 일제 수탈사를 간직한 건물이다. '부잔교(뜬다리부두)'는 서해안 조수간만의 차와 상관없이 쌀을 반출하기위해서 만들어졌다. 일제 강점기 무역회사로 사용되던 '미즈상사' 건물도 그대로 남아있다.




▲ (구) 미즈상사건물. 지금은 커피가게로 운영되고 있다.


▲ 신흥동 히로쓰가옥. 한국인에게 약탈한 재산으로 부를 축적했던 일본인이 살던 집이다.




개발에서 소외된 도시


군산을 둘러보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던이유는 단지 일제시대의 아픈 역사가 생각나서만은 아니었다. 이 모든게 '그대로' 보존되어있다는 사실도 내 마음을 무겁게 하였다. 부끄럽지만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오래된것을 보존하려는 마음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돈이 된다 싶은 땅들은 보존하기보다는 부수고 새롭게 짓기 바쁘다. 그래서 서울에서는 100년이상 역사를 간직한 오래된 건물을 찾기가 힘들다. 물론 6.25 전쟁으로 모두 파괴된 영향도 크겠지만, 우리나라의 이기적인 재개발 열풍도 무시못할 이유라고 생각한다. 유럽여행을 갔을때 100년이 넘은 오래된 건물을 유럽사람들은 그대로 고쳐서 계속 사용하는것을 보고 부러운 기억이 있다. 


군산은 일제시대때 지어진 건물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예를들어 소고기 무우국으로 유명한 맛집 ' 한일옥' 의 경우 일제시대때 병원으로 쓰였던 건물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그외에도 군산의 골목을 걸어다니다 보면 곳곳에 일본식 건물들이 그대로 남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이러니 하게도 경상도에비해 상대적으로 가난한 전라도라서 재개발 되지 못하고 그대로 남아 이제는 문화재가 되고 관광지가 되었으니, 기뻐해야할지 슬퍼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실제로 군산의 골목들을 누비는 동안 내가 어렸을적 살았던 80년대 골목을 그대로 걷고 있는것 같은 착각이 들어 반갑기도 하고 향수에 빠지기도 했다.




▲ 곳곳에 남아있는 일본식 건물


▲ 재개발 되지 못하고 비어있는 폐가도 종종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산은 참 매력적인 도시이다. 한달전에 방문한 '전주'에서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사람 구경만 하다 질린 기억이 있는데, 상대적으로 비인기 지역이라서 그런지 '군산'은 느릿하게 구경하기 좋은 도시였다. 최근 조성된 '군산 근대역사벨트' 스탬프 투어역시 만족스러웠고, 박물관으로 새단장한 역사적인 건물들은 아이들의 살아있는 역사 체험 여행으로도 손색이 없을것 같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또다시 찾아갈만한 도시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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