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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자유여행] 홍콩 트램에서 길을 잃다

신나는 해외여행/2016 홍콩, 마카오

by 바람국화 2016. 9. 4.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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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는 아직도 보편적인 교통수단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트램(Tram)' 은 이제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교통수단이다. 1960년까지 우리나라에서도 달렸지만, 자동차의 보급으로 도로사정이 복잡해지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밀려나 사라졌다. 유럽과 홍콩에서는 아직도 보편적인 교통수단이다. 



길바닥에 궤도를 설치하고 전기차량을 달리게 하는 트램을 달리게 하기위해서는 도로의 한개의 차선을 궤도차선 운행을 위해 내주어야 한다. 속도도 자동차에 비해서 살짝 느린 감이 있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전기로 움직이는 트램은 배기가스로 인한 공해가 적고, 지하철에 비해 설치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최근에는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재조명 되고 있다고 한다. 



홍콩은 1904년에 트램이 도입되어 현재 160여대의 트램이 운행되고 있다. 각각 다른 광고주에게 판매되어 색색의 개성을 갖게된 홍콩 트램은 단 한개도 같은것이 없기때문에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동쪽과 서쪽을 가로지르는 트램을 타고 홍콩 시내를 가로지르는 경험은 관광객들에게도 매력적이다. 특히나 2층 제일 앞자리에 앉아서 홍콩의 간판들이 아슬아슬하게 머리위를 스쳐지나가는 경험은 홍콩을 왔다면 한번은 꼭 해봐야할 재미이다.












셩완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트에서 골목골목 누비며 한참을 걸었더니 우리 일행은 오후가 되니 녹초가 되었다. 다음 목적지까지 거리는 얼마 되지 않지만, 지친다리도 쉬어갈겸 홍콩 트램도 한번 타볼겸 해서 다음 목적지까지 트램을 타고 이동 하기로 했다. 


홍콩 트램은 뒷문으로 탑승하고 앞문으로 내린다. 내릴때 옥토퍼스 카드를 태그하면 된다. 현금을 지불해도 되지만 거스름돈은 돌려주지 않는다 (!) 하차벨은 따로 없어서 내릴 정류장이 다가오면 앞문에 대기하고 있다가 내리면 된다. 


기왕 트램을 타는거 2층 앞자리에 앉고 싶어서 후다닥 올라왔지만 애석하게도 2층 앞자리는 벌써 다른 손님들이 차지 하고 있었다. 아쉬운데로 뒷자리에 앉아서 지나가는 풍경을 감상하기로 했다. 적당한 속도로 달리는 트램 2층 창가자리에서 스쳐지나가는 생경한 건물들은 특별할것 없지만 즐거운 경험이었다.










트램을 타고 두어정거장 지났는데, 갑자기 J 언니가 사색이 되었다. 

"우리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어!"


홍콩의 트램은 동서를 가로지르는 한개의 노선이라서 동쪽으로 갈건지 서쪽으로 갈건지만 정해서 타면 되는데 우리는 반대방향으로 향하는 트램을 잘못 탄 것이었다. 홍콩의 차선은 영국을 본떠서 만들었기 때문에 우리와 반대인데 (운전석이 오른쪽) , 그 덕분에 반대방향으로 가는 차선을 잘못 고른 모양이다. 눈을 비비고 구글 지도를 몇번을 봤지만, 우리가 위치한 GPS 화살표는 우리의 목적지와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후다닥 내려서 반대방향으로 향하는 트램으로 바꿔탔다. 











방향을 잘못 잡아서 한참을 돌아가게 되었다고 짜증내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조금 돌아가서 헤매게 되더라도 이것역시 여행의 한 부분이다. 길을 찾다 정 못찾겠으면 택시를 불러 타고가도 될 일이다. 오랜만에 큰 마음 먹고 떠난 여행지에서 서로 낯붉히고 싸우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길 잃은 사람이었으나 우리는 느긋한 마음이었다.


운이 좋게도 반대쪽 방향으로 갈아 탄 트램은 우리가 그렇게도 원하던 앞자리가 비어있었다. 여행에서의 작은 실수 하나가 가끔 생각치도 못한 행운으로 다가온 셈이다. 덕분에 트램 여행이 좀 더 즐거워 졌다. 인생도 이렇게 한걸음 느긋하게 길을 잃으면 잃는데로 낯선 여행이라 생각하고 즐기며 갈 수 있다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가다가 앞서가던 트램에 타고있던 꼬마애와 눈이 마주쳤다. 꼬마 친구는 낯선 외국인에게 스스럼 없이 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내 마음도 덩달아 밝아졌다. 이런 즐거운 행운을 만날 수 만 있다면, 나는 언제든지 길을 잃을 준비가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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