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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카페] 에브리선데이 (EVERYSUNDAY)

Food (맛집 기록장)/기타지역

by 바람국화 2018. 8. 11.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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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굳이 좋다는 카페를 찾아가 커피를 마시는 타입의 사람은 아니다. 사람을 만나는 자리에는 커피보다는 술을 선호하기도 하고, 굳이 커피 한잔을 마시겠다고 멀리까지 나갈 일이 없기도 했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분위기 좋다는 카페를 갈 일이 많아져서 여기저기 다니고 있는 중이다. 카페인에는 각성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되려 아늑한 공간에서 마시는 따듯한 커피 한잔에는 각성 효과가 아니라 사람을 편하고 친밀하게 해주는 이완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조치원에 살고 있는 R과 나는 스무 살에 처음 만났다. 간호조무사였던 R과 대학생이었던 나. 우리는 사는 지역도 달랐고 관심사와 취향도 전혀 달랐다. 사실 내가 그녀와 어쩌다가 친해졌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어린시절 함께 방황하면서 그냥 갑자기 친해졌던 것 같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한동안 취업이 되지 않아 곤란해 있었다. 그때 R은 선뜻 자기집에서 같이 지내자고 나에게 손을 내밀어 주었다. 아무리 친구사이라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그녀는 불편해하기는 커녕 그때 우리가 같이 살던 때가 가장 재미있었다고 지금도 말한다. 그래서 참 고맙다.

 

 

 

 

SRT를 타고 오송역에서 내렸다. 2년만에 보는 R은 여전했고 우리는 무척 반가웠다. 맛있는 식사를 하고, 공유가 ‘카누’ 커피 광고를 찍었다는 카페로 갔다. 요즘 유행하는 공장식 건물에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꾸며진 유명한 카페라고 했다. 들어서자마자 높은 천장과 넓은 공간에 기분이 좋아졌다. 아침에 커피 한잔을 이미 마셨지만, 나는 또다시 커피 한잔을 청했다.

누구와 함께 있는지에 따라 커피의 맛과 향은 달라지는 모양이다. 아침의 커피가 편안한 맛이었다면, 오후의 커피는 R을 닮은 생기발랄한 맛이었다. 우리는 이곳 쇼파에 기대 앉아 오랫동안 밀린 회포를 풀었다.

 

R이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첫째를 낳고, 둘째를 낳는 사이에 시간은 쉼없이 흘러 지금에 이르렀다. 그동안 나는 여러 번의 연애를 모두 실패했다. 사실은 단란하고 행복한 가정을 만든 R을 질투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랜만에 만나 R과 대화를 나누어 보니, 내가 부러워했던 그녀에게도 심각한 고민이 많았다. 그래 아무리 행복해 보이는 사람이라 할 지라도, 우리모두 저마다의 고민을 가지고 살고 있나 보다.
사실 살면서 정답인 길은 없다. 내가 선택한 그 길을 내가 살아가면서 정답으로 만들어 가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다른 길을 선택했다고 해서 우리가 지금보다 더 행복했을까? 아니야, 그렇지는 않았을 거야.


조금만 더 힘내자고 우리는 서로를 보듬었다.

 

 

 

 

만 40살이 되는 생일에 그녀와 나는 함께 파리를 가기로 약속했다. 이십대의 여름휴가때 우리 함께 떠났던 파리는 그때도 그대로 있을까? 그 낭만적인 도시는 그대로인데 우리만 변해 있는 것은 아닐지.. 나는 벌써부터 그날이 기다려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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