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7호선 천왕역 2번 출구로 나와 조금 걸으면, 기차보다 사람이 더 많은 오래된 철길이 펼쳐진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인기가 많은 '항동 철길' 로 봄이 마지막으로 대롱대롱 매달려 떨어질락 말락 하는 5월의 마지막주에 사진 출사를 다녀왔다.
어렸을적 나는 서울을 출발하여 여수까지 가는 전라선이지나는 철길 마을에 살았었다. 기찻길을 놀이터 삼아 뛰어 놀던 나에게 철길은 익숙한 공간이다. 끝없이 뻗어 서울까지 뻗어있는 기찻길은 낯선곳으로의 여행의 상징이었고, 나는 한번도 가보지 못한 미지의 도시 서울을 동경했었다.
가끔 학교에서 소풍으로 떠나는 '여수' 정도의 거리가 시골 촌뜨기인 나에게 기차로 갈수 있는 가장 먼곳이었다. 비록 순천에서 여수까지 1시간이 안되는 짧은 기차여행이었으나, 짧은 여정이라고 하여 즐거움까지 줄어들지는 않는 법이다. 기차여행을 하는 날은 언제나 설레였다.
수능 시험을 보고, 서울 소재 대학교의 합격통지서를 받았다. 나는 마침내 동경하던 기차를 타고 아담한 작은 마을을 떠나 처음으로 서울땅에 도착하였다. 빠른생일 덕분에 남들보다 한해 빠른 18살 어린나이에 나는 엄마품을 떠나 홀로 서기를 하였다.
친구 하나 없는 막막한 서울살이였다. 서울은 나에게 사람들로 복작거리는 넓은 바다 같았고, 나는 혼자 외로이 표류하며 망망대해를 떠돌았다.
지나가다 서울역만 보더라도 엄마생각에, 고향생각에 왈칵 눈물이 났다. 철길은 이제 나에게 고향으로 가는 그리움이 되었다.
서른이 훌쩍 넘은 나이. 이제 철길은 나에게 추억이다.
셀수없이 수많은 기차를 타고 고향을 다녀왔고, 여행을 다녀왔고, 나의 마음이 여물었다.
철길을 하나하나 걸어서 더듬으면 그 추억들이 다시 나에게 찾아올까?
어딜가도 연인들이다. 손 꼭 잡고 걸어가는 모습이 참 예뻐서 몰래 도둑 촬영을 여러장 했다.
햇살아래 서있으면 따끔따끔한 날씨였지만 , 그래도 그늘에 들어가면 꽤 시원하다. 여름이 성큼성큼 코 앞까지 다가온 느낌이다.
# 2015.05.23 , 항동철길
# Panasonic DMC-GM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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