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정교회사원을 구경하고 독수리전망대를 다시 찾기로 했다.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 첫날 저녁에 케이블카를 타고 독수리 전망대에 올라 야경을 보았지만, 밝은 낮의 독수리 전망대도 궁금해져서, 여행 셋째날 한번 더 독수리전망대를 오르기로 한 것이다.
나도 어쩔수 없는 한국사람이라서 어딘가로 여행을 가게 된다면 목적없이 방황하거나 시간을 낭비하는것을 싫어해서, 해외여행을 떠나면 언제나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하루 평균 2만보 이상 걸어다니는데, 이곳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볼거리가 없어서 되려 여유로웠다. 반나절이면 시내를 전부 돌아 볼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도시이기도 하고, 본디 태생이 관광도시가 아니기 때문에 관광 자원이 많지는 않기 때문이다. 2박3일은 짧은 느낌이고, 3박4일은 약간 시간이 남는 느낌이다.
덕분에 이렇게 마음에 드는 장소는 시간을 바꿔서 한번 더 찾아갈수 있는 여유를 즐기게 되었다. 밤의 전망대와 낮의 전망대는 같은 장소였지만 새 옷을 갈아입은 것처럼 전혀 다른 느낌이다. 비록 보지 못하고 돌아왔지만 해뜰무렵의 전망대와 해질 무렵의 전망대 그리고 한낮의 전망대도 분명 그 얼굴이 모두 다르리라.
독수리 전망대에서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현대식 다리는"Золотой мост (잘라또이 모스트)", 교민들 사이에서는 금각교(金脚橋) 라고 부른다. 다리가 가로지르고 있는곳을 '금각만' 이라고 부르는데 이스탄불에서 따온 지명이다. 2012년 개통된 다리로 루스키섬 Русский/Остров Русский 과 연결해주고있는 도시의 랜드 마크이다.
로마의 영향을 받아 종교도 그리스정교회를 받아들인 러시아라서 이스탄불에 대한 은근한 동경의 마음으로 지명도 이스탄불의 지명을 가져다 쓴것이 아닐까 추측이 들었다.
구글 지도로 검색해봤을때는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라서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하듯 걷기로 했는데, 나의 산책길은 등산길이 되었으니, 독수리요새가 산꼭대기에 있다는 사실을 망각했기 때문. 게다가 한참 활발한 건설붐이 일어나고있는 블라디는 여기저기 공사하고있는 곳이 많아서 내가 믿었던 구글 지도가 전혀 맞지 않고 길이 끊겨 있어서 한참 헤맸다. 결국 공사장을 가로지르고 (!) 아파트 담을 넘어서 (!) 힘들게 도착했을때는 내 다리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평소 운동부족이었던게 이럴때 티가 난다.
독수리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블라디보스토크 시내 풍경은 어쩐지 부산의 그것과 닮았다. 항구와 만이 펼쳐져있고 뒤로는 산이 있으며 평지가 적다. 익숙한 풍경을 배경으로 난간에는 연인들이 묶어둔 열쇠들이 매달려 있었다. 기실 사람 사는곳은 어디든같은 모양이다.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며 자물쇠를 채워 걸었을 이곳 러시아 연인들도 우리와 같은 마음으로 같은 사랑을 하고 있겠지. 영원한것은 없지만, 영원히 변치 않고 싶다는 소망은 누구에게나 같은 모양이다.
전망대에 세워져있는 동상은 키릴형제의 동상이다. 9세기 무렵 동로마제국의 선교사였던 키릴로스와 메토디오스는 문자가 없던 슬라브족에 기독교를 전파하기 위해 라틴어와 그리스문자 그리고 몽고 언어인 글라골 문자를 바탕으로 키릴문자를 만들었다. 지금은 러시아에서 사용하고있는 공식 문자로 사용되고 있다. 기독교 문화 전파와 슬라브족 문맹퇴치에 지대한 공헌을 한 키릴과 메토디오스는 뒤늦게 가톨릭에서 그 공로를 인정받아 19세기에 성인으로 시성되었다.
전망대에 기념품 가게가 있다. 러시아 전통인형 '마트료시카' 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잇긴 하지만, 저렴한 만큼 품질이 좋지는 않다. 집에 기념품으로 장실할 만한 좀 괜찮은 마트료시카 인형을 사려면 15,000 - 20,000원 이상의 돈을 쓰는 것이 좋을것 같다. 나는 이곳에서 회사 동료들에게 기념으로 돌릴 저렴한 기념품을 구입했는데, 한무리의 한국인 단체 관광객을 만났다. 모 방송사의 블라디보스토크 여행 테마가 방송되고 난 이후로 한국인 단체관광객이 해가 다르게 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맛집, ZUMA (3) | 2017.03.04 |
---|---|
[러시아/블라디보스토크] 포크롭키 정교회 사원 과 펭귄카페 (0) | 2017.01.30 |
[러시아/블라디보스토크/맛집] 샤슬릭 전문점 ХЛОПОК (1) | 2017.01.27 |
[러시아/블라디보스토크/맛집] 연어스테이크가 맛있었던 집 Selfie (0) | 2017.01.01 |
[러시아/블라디보스토크] 마린스키 극장에서 발레 관람하기 (1) | 2016.12.31 |
댓글 영역